6월의 중순. 어제 DMZ 뮤직 페스티벌에 다녀오고 바닥난 체력으로 글을 시작합니다. 페스티벌은 음악에 취해 즐길 때는 모르는데 끝나고 나면 피로감이 확 밀려와요.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뮤지션의 개성이 저의 저질 체력을 심폐소생해 주다가 공연이 끝나면 모든 것이 원래 능력치로 돌아오는 것 같달까...?
페스티벌에서도 그렇고 일상에서도 그렇고, 최근에는 꽤나 위험하거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들이 있었는데요. 신기하게도 그럴 때마다 누군가 제 앞에 나타났어요. 친구 혹은 집 앞 가게 사장님일 때도 있었고, 난생처음 보는 취한 사람 (말만 들으면 좀 이상하지만...) 일 때도 있었어요. 정말 "하늘에서 날 위해 선물처럼 잠깐 내려준 사람이구나."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들이었어요. 쉽게 망하라는 법은 없다고 하늘이 내편이 되어준 것 같은 기분이 꽤 좋더라고요. 저도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?
선물이라고 하니, 이번 달 배경화면 속 나비도 연관이 있는데요. 이 그림은 최근에 책갈피로 제작한 그림이에요. 책을 읽다가 종이 위에 내려앉은 나비를 발견하는 순간처럼, 책을 읽다가 마주치는 한 구절이 우연한 선물처럼 다가올 때가 있어요. 어쩌면 평생 동안 무언가를 위한 의지를 주는, 마법 주문과도 같은 문장을 마주치는 순간. 그런 순간을 기억하며 만든 책갈피예요. 저에게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[밤은 짧아. 걸어 아가씨야]라는 책의 아래 문단이 그렇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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애초에 내가 왜 이와 같은 밤의 여로에 나서게 됐는지, 그때의 나는 이미 알 수가 없었습니다. 그건 매우 신나고 배울 게 많은 밤이었기 때문이겠지요. 뭔가를 배웠다는 것은 단지 나의 느낌일 뿐일까요? 그런 건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. 병아리 똥같이 작은 나는 어쨌든 아름답고 조화로운 인생을 목표로 앞을 향해 걸어갈 것입니다.
차고 맑은 하늘을 뽐내듯 올려다보다가 술잔을 주고받을 때 이백 씨가 내게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. 기분이 유쾌해졌습니다. 그 말이 내 몸을 지켜주는 주문처럼 느껴져 작게 소리 내어 말해보았습니다.
"밤은 짧아, 걸어 아가씨야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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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어떤 밤에 있다면, 그 시간은 곧 지나갈 테니
스스로를 위해 기꺼이 걸음을 넓혀가겠다고 주문을 걸어봅니다.